평·돈·근은 못 쓰게 됐는데, 왜 다들 아직 쓰고 있을까
금은방에서는 “한 돈에 얼마”, 정육점에서는 “한 근에 얼마”, 시골에서는 “논 세 마지기”라고 말합니다. 법정 계량단위는 g·㎡·L 뿐이고 2007년 7월부터 단속도 시작됐는데, 왜 이 단위들은 사라지지 않았을까요. 법이 금지한 범위가 생각보다 좁고, 단위 자체가 미터법의 분수로 정확히 정의돼 있기 때문입니다.
수정 · 약 11분 · 작성 Fixit Dev
2007년 7월 1일, 평과 돈에 실제로 일어난 일
계량에 관한 법률 제6조(법률 제21151호, 2026년 3월 3일 시행)는 두 가지를 금지합니다. 제1항은 비법정단위로 표시된 계량기나 상품을 제조·수입하는 것, 제2항은 “누구든지 비법정단위를 계량이나 광고에 사용해서는 아니 된다”는 것입니다. 법정단위는 국가표준기본법이 정한 국제단위계(SI)이고, 평·돈·근·되·리·마지기는 물론 인치·파운드·야드도 모두 비법정단위입니다.
연혁을 보면 2007년이 시작점은 아닙니다. 국가기술표준원과 국가기록원 자료에 따르면 1961년 계량법이 법정단위를 SI 로 정했고, 1964년 1월 1일부터 모든 거래·증명에 미터법이 전면 시행됐으며, 1983년 1월 1일에는 토지·건물의 평까지 금지됐습니다. 2007년 7월 1일은 계도에 그치던 비법정단위 사용을 실제로 단속하기 시작한 날입니다. 당시 보도는 위반 시 50만원 이하 과태료라고 전했고, 2026년 9월 기준 현행법 제76조는 계량·광고에 비법정단위를 쓴 사람에게 200만원 이하, 비법정단위로 표시된 상품을 제조·수입한 사람에게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평과 돈이 사라지지 않은 이유는 금지 범위가 좁기 때문입니다. 규제 대상은 “계량”과 “광고”, 그리고 계량기·상품의 표시입니다. “34평이에요”, “한 돈만 해 주세요” 같은 대화는 계량행위가 아니라서 애초에 대상이 아닙니다. 또 같은 조 제3항은 산업통상부령이 정한 표시요건을 만족하면 비법정단위를 법정단위와 함께 표시하는 것을 허용합니다. 분양 광고가 “전용 84㎡(25평)”처럼 ㎡ 를 적고 평을 괄호에 넣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1척 = 10/33 m — 척관법이 미터법의 분수인 이유
척관법이란 길이는 자(척), 부피는 되(승), 무게는 관과 근으로 재는 동아시아의 전통 단위계입니다. 오늘날 통용되는 값은 미터로 다시 정의된 값입니다. 1902년 대한제국은 궁내부에 평식원을 두고 도량형규칙을 만들면서 1척을 10/33 m(약 30.303 cm)로 정했고, 1905년 도량형법(법률 제1호)을 거쳐 1909년 일본식 척관법에 맞춰 개정됐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따르면 1902년 개편 때 자는 일본의 곡척(曲尺)에, 한 근은 600 g(일본의 160몸메)에 맞춰졌습니다.
그래서 모든 단위가 미터의 분수로 정확히 적힙니다. 1평은 6척 × 6척이므로 36 × (10/33)² = 400/121 ㎡, 소수로 3.3058 ㎡ 입니다. 되는 일본 도량형법이 64,827세제곱분으로 정한 값을 미터로 옮긴 2,401/1,331,000 ㎥, 약 1.8039 L 입니다. 무게는 1관 = 3.75 kg 이 기준이라 1돈은 그 1/1,000인 3.75 g, 1냥은 10돈 37.5 g, 1근은 16냥 600 g 입니다.
| 단위 | 척관법 정의 | 미터법 정확값 | 소수 근사 |
|---|---|---|---|
| 척(자) | 기준 단위 | 10/33 m | 30.303 cm |
| 리(里) | 1,296척 | 4,320/11 m | 392.73 m |
| 평(坪) | 6척 × 6척 | 400/121 ㎡ | 3.3058 ㎡ |
| 마지기 | 지역 관행(논 150~300평) | 정의값 없음 | 200평이면 661.2 ㎡ |
| 되(升) | 기준 단위 | 2,401/1,331,000 ㎥ | 1.8039 L |
| 말(斗) | 10되 | 2,401/133,100 ㎥ | 18.039 L |
| 돈 | 관의 1/1,000 | 3.75 g | — |
| 냥(兩) | 10돈 | 37.5 g | — |
| 근(斤) | 16냥 | 600 g | 채소·과일은 375 g |
| 관(貫) | 기준 단위 | 3.75 kg | — |
마지기만 예외입니다. 한 말의 씨를 뿌릴 만한 넓이라는 뜻(斗落)이라 정의값이 없고, 한국민족문화대백과의 조사에 따르면 논은 80~300평의 12가지 유형 중 200평이 전국의 75%, 150평이 17%입니다. 밭은 30~400평의 15가지 유형 중 200평이 43%, 100평이 24%입니다. 같은 “세 마지기”가 600평(1,983㎡)일 수도 900평(2,975㎡)일 수도 있으니 농지 거래에서는 ㎡ 로 적힌 등기 면적만 믿어야 합니다.
금은방의 돈 — 18K 한 돈에 금은 2.81 g
금 시세는 “순금 1돈 = 3.75 g” 기준으로 고시되고, 여기에 순도가 곱해집니다. 각인의 999·750·585는 천분율이라 24K(999)는 99.9%, 18K(750)는 75.0%, 14K(585)는 58.5%가 금입니다. 14K 를 캐럿 비율대로 계산하면 14/24 = 58.33%지만 국내 표기와 각인은 585를 씁니다.
| 순도 | 천분율 | 제품 3.75 g(1돈)에 든 금 | 순금 1돈 시세가 50만원일 때 금값 |
|---|---|---|---|
| 24K | 999 | 3.746 g | 499,500원 |
| 18K | 750 | 2.8125 g | 375,000원 |
| 14K | 585 | 2.194 g | 292,500원 |
국제 시세는 트로이온스(troy ounce)당 달러로 고시됩니다. 트로이온스는 일상용 온스(28.35 g)와 다른 귀금속 전용 단위로, 480그레인 × 64.79891 mg = 31.1034768 g 이 정확값이며 1온스는 8.294돈입니다. 온스당 3,000달러, 환율 1,400원을 가정하면 g당 96.45달러, 135,033원/g, 순금 1돈 506,374원이고, 18K 제품 1돈의 금값은 그 75%인 379,781원입니다.
정육점과 시장의 근 — 600 g 과 400 g 이 공존하는 이유
표준국어대사전은 근을 두 갈래로 풀이합니다. 고기나 한약재는 한 근이 600 g(16냥), 과일·채소는 한 관의 1/10인 375 g 입니다. 관(3.75 kg)은 너무 크고 냥(37.5 g)은 너무 작아 그 사이에 10냥짜리 근을 따로 쓰던 관행입니다. 시장에서는 이 375 g 이 어림값 400 g 으로 통용되므로 “채소 한 근”은 가게마다 375 g 일 수도 400 g 일 수도 있고, 그 차이는 6.7%입니다.
비교하려면 g 단가로 바꾸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돼지고기 한 근(600 g)에 24,000원이면 100 g 당 4,000원입니다. 근의 크기가 품목마다 달라 근 단가로는 비교가 안 됩니다. 시금치 한 근 3,000원은 400 g 기준이면 100 g 당 750원, 375 g 기준이면 800원입니다.
되와 말은 무게가 아니라 부피 단위입니다. 1되는 1.8039 L 이지 몇 kg 이 아닙니다. 곡물마다 밀도가 달라 같은 한 되라도 쌀은 약 1.6 kg, 참깨는 약 1.2 kg, 들깨는 약 0.9 kg 으로 잡는 지역 관행이 보고돼 있고, 같은 곡물이라도 지역에 따라 다릅니다.
인치·파운드·마일·화씨 — 미국 단위도 미터법의 분수다
야드파운드법도 비법정단위지만 골프의 야드, 모니터의 인치처럼 국제 관례가 있는 자리에는 병기가 허용돼 왔습니다. 미국 NIST 환산표(SP 811 부록 B)의 정확값은 1인치 = 2.54 cm, 1피트 = 0.3048 m, 1야드 = 0.9144 m(1959년 이후), 1마일 = 1,609.344 m, 1파운드 = 0.45359237 kg 입니다. 화씨는 °F = °C × 1.8 + 32, 켈빈으로는 K = (°F + 459.67) ÷ 1.8 입니다.
| 단위 | 정확값 | 척관법과 비교 |
|---|---|---|
| 1인치 | 2.54 cm | 1자(30.303 cm)의 약 1/12 |
| 1야드 | 0.9144 m | 약 3.02자 |
| 1마일 | 1,609.344 m | 약 4.10리 |
| 1파운드 | 453.59237 g | 약 0.756근(121돈) |
| 1트로이온스 | 31.1034768 g | 약 8.29돈 |
미국이 아직 이 단위를 쓰는 이유는 1975년 미터법전환법(Metric Conversion Act)이 전환을 강제하지 않고 자발적 사항으로 두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NIST 는 미국의 관습단위 자체가 SI 로 정의돼 있다고 설명합니다.
기호 표기 — Kg 은 틀리고 kg 이 맞다
법정단위는 기호까지 정해져 있습니다. 국가기술표준원의 기본단위 표는 미터 m, 킬로그램 kg, 초 s, 칸델라 cd, 몰 mol 을 인쇄체 소문자로, 켈빈 K 와 암페어 A 는 대문자로 적도록 안내합니다. “5Kg”, “10KG”처럼 k 를 대문자로 쓰는 표기는 틀린 표기입니다. 대문자 K 는 켈빈입니다.
리터는 예외적으로 소문자 l 과 대문자 L 을 둘 다 인정합니다. l 이 숫자 1과 헷갈리기 때문에 국제도량형총회(CGPM)가 대문자를 추가로 채택했고, NIST 는 L 을 권장하며 필기체 ℓ 은 승인된 기호가 아니라고 못 박습니다. 한글 문서에 흔한 ㎏·㎖ 같은 한 글자 특수문자는 옛 문자 코드 호환용이라 검색·복사에서 kg·mL 와 다르게 처리됩니다.
환산 실수 — 3.3 을 곱하면 1,000평에서 1.75평이 사라진다
평을 ㎡ 로 바꿀 때 3.3 을 곱하는 것은 정의값 400/121 = 3.305785… 을 0.18% 줄여 잡는 근사입니다. 34평에서는 0.2 ㎡ 차이지만 오차는 면적에 비례합니다. 1,000평은 3,300 ㎡ 로 계산되지만 정확히는 3,305.79 ㎡ 이고, 빠진 5.79 ㎡ 는 1.75평입니다. 택지 10,000평이면 57.85 ㎡, 즉 17.5평이 사라집니다.
반대 방향은 더 흔한 함정입니다. ㎡ 를 3.3 으로 나누면 값이 커지는 쪽으로 틀려서 100,000 ㎡ ÷ 3.3 = 30,303평이지만 정확한 값은 30,250평, 53평이 부풀려집니다. 반면 ㎡ 에 0.3025 를 곱하는 방법은 근사가 아닙니다. 1 ㎡ = 121/400평 = 0.3025평으로 소수가 정확히 끝나므로 84 ㎡ × 0.3025 = 25.41평은 오차가 0입니다.
무게 쪽 실수는 어림값에서 나옵니다. “한 돈 4 g”으로 잡으면 3.75 g 보다 6.7% 많아 10돈짜리 팔찌에서 2.5 g, 앞의 가정 시세로 30만원 넘게 어긋납니다. “한 근 500 g”은 고기 근 600 g 과 20%, 채소 근 375 g 과 33% 차이입니다. “10리 = 4 km”도 통념일 뿐 정확히는 3.93 km 라 천 리에서는 7 km 이상 빠집니다.
판단 기준 정리
- 계약서·광고·상품 표시는 ㎡·g·L 이 원칙입니다. 평·돈·근을 쓰려면 법정단위를 적고 병기합니다(계량에 관한 법률 제6조 제3항). 대화에서 쓰는 것은 규제 대상이 아닙니다.
- 환산은 정의값으로 합니다. 1평 = 400/121 ㎡, 1 ㎡ = 0.3025평(정확), 1돈 = 3.75 g, 1되 = 1.8039 L, 1리 = 약 392.7 m.
- 근은 품목을 먼저 확인합니다. 고기·한약재 600 g, 채소·과일 375 g(관행 400 g). 비교는 100 g 단가로 합니다.
- 금은 순도를 곱합니다. 18K 1돈의 금은 2.8125 g, 14K 는 2.19 g. 국제 시세는 트로이온스 31.1034768 g 으로 나눠 g 단가를 만든 뒤 3.75 를 곱합니다.
- 마지기, 되→kg 처럼 지역·품목마다 다른 값은 계약 전에 숫자로 합의하고, 문서에는 ㎡·kg 으로 적습니다.
- 기호는 kg(소문자), L 또는 l 입니다. Kg·㎏·ℓ 은 피합니다.


